한여인의 일생
May 15, 2012
21에 시집와서…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글…
스물 하나.
당신은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열 두개나 넘어 얼굴 한번 본적 없는 김씨 집안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.
스물 여섯
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던 겨울날, 시집 온 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고 그제서야 당신은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.
서른 둘
자식이 급체를 했습니다. 당신은 그 불덩이를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 리를 달렸습니다.
마흔
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.
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. 그리고 마냥 기다리며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, 돌아오는 자식에게 따뜻하게 입혀 주었습니다.
쉰 둘
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 빠알간 고추를 펴 말리던 가을날,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. 당신은 짙은 분 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그저 좋다고 하셨습니다.
예순
집배원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갔습니다. 환갑이라고 자식들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
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들 보약을 지었습니다. 그러나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자식들의 전화에는, 애써 서운한 기색을 감추시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.
예순 다섯
자식 내외가 바쁘다고 명절에 못 온다고 했습니다. 동네 사람들과 둘러앉아 만두를 빚으면서,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. 아들이 왔다가 바빠서 아침 일찍 다시 돌아갔다고… 그 날밤, 당신은 방안에 혼자 앉아서 자식들 사진을 꺼내 보십니다.
오직하나
자식이 잘 되기만을 꿈에도 바라며 평생을 살고, 이제 성성한 백발에 골 깊은 주름으로 남은 당신, 우리는 그런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릅니다